기사 메일전송
문예출판사 ‘타자의 철학자’ 레비나스 말년의 원숙한 사유 담은 ‘초월과 인식 가능성’ 출간
  • 허현자 기자
  • 등록 2025-12-08 16:41:16

기사수정

문예출판사에서 프랑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 말년의 원숙한 사유를 담은 ‘초월과 인식 가능성’을 출간했다.

 

에마뉘엘 레비나스 `초월과 인식 가능성` 표지

‘초월과 인식 가능성’은 일흔여덟의 레비나스가 1983년 제네바 대학교에서 한 강연과 강연 다음 날 동료 교수들과 나눈 대담을 모은 책이다. 레비나스는 50여 년에 걸쳐 추구해 온 ‘타자의 철학’, ‘초월의 철학’에 신학의 언어를 더해 자신의 사유를 다시 한번 급진화한다.

 

그간 여러 권의 레비나스 저작을 우리말로 옮긴 김동규 역자가 번역을 맡았으며, 해제를 통해 레비나스 사유의 궤적에서 어떤 자리와 위상을 차지하는지 상세히 짚는다. 레비나스의 주저로 꼽히는 ‘전체성과 무한’, ‘존재와 달리 또는 존재성을 넘어서’를 거쳐 레비나스의 초월 개념이 어떤 궤적을 따라 깊이를 더해왔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레비나스 사상의 거대한 흐름과 맥락, ‘초월과 인식 가능성’의 의의를 더욱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윤리학과 신학을 넘나드는 레비나스 철학의 궁극적 지향

 

2차 세계 대전 당시 가족과 친구를 잃고 포로로 잡히는 경험을 한 레비나스는 폭력의 근원을 서양 철학의 전통에서 찾는다. 타자의 차이를 소거하고 흡수해 주체성을 흡수한 서양 철학의 전통이 전체주의, 전쟁과 닮아있다는 것이다. 이에 레비나스는 타자를 흡수하는 전통 현상학에 반하는 태도를 견지해 이를 넘어서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초월’을 제시한다.

 

‘초월과 인식 가능성’의 특이점은 신학의 언어를 통해 종교와 초월을 논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신학은 최고 존재인 신에 대한 앎을 의미하지 않는다. 레비나스는 자기 존재에서 벗어나 더 높은 자인 타인에게 복종하고 헌신한다는 의미의 신학을 제시하고 이를 초월과 연결한다. 절대자에 대한 앎에서 그치지 않고 행위를 통해 존재 너머로 나아가는 것에 관한 학문으로 신학을 전환하는 것이다.

 

기존의 레비나스가 신학의 언어를 잘 사용하지 않고 엄밀한 철학의 언어를 고수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초월과 인식 가능성’에 신학의 논의를 들여온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초월을 급진화하고 과장해 강조하기 위해서, 존재와 진리에 대한 철학의 사유를 윤리와 행위로 전환하기 위해서 철학, 신학, 윤리학을 넘나드는 논의를 전개한 것이다.

 

냉전 종식 이후 ‘평화와 번영’의 시기가 빠르게 저물고 우리 삶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이때, 한 가지 자명한 진실은 힘으로 힘을 제압하는 일에 언제나 절멸의 위협이 따르며, 기술의 발전은 윤리의 시험대 위에 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존재를 초월해 타자를 지향하는 레비나스의 철학이 최근 많은 주목을 받게 된 이유다. 윤리가 상실된 시대, 레비나스가 제안한 타자를 위해 기도하는 소박하면서 장엄한 실천은 길을 잃은 시대에 절망한 사람에게 위로의 손을 내민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한국마사회, 2026년 은퇴경주마 승용전환 지원사업 1차 신청 접수 한국마사회(회장 정기환)가 은퇴경주마의 안정적인 퇴로 마련과 말 복지 증진을 위한 `2026년 은퇴경주마 승용전환 지원사업` 1차 신청을 21일까지 접수한다.동 사업은 경주마로서의 역할을 마친 말들이 승용마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조련 비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올해는 약 100두를 대상으로 두당 최대 550만원의 조련비를 지.
  2. 눈 오는 숲에서 눈으로 보고 겨울눈을 읽다…광릉숲 동계 해설 운영 국립수목원이 겨울철 관람객을 대상으로 광릉숲의 생태를 체험하는 2026년 동계 숲해설 프로그램 ‘광릉숲 생태(소주제: 겨울눈(芽)이야기)’를 운영하며, 겨울 숲에서 꽃눈과 잎눈을 관찰하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국립수목원은 동절기에도 숲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광릉숲 겨울 철새 탐방’과 ‘광릉숲 생태’ 등 .
  3. HMM, HD현대 자율운항 솔루션 도입…선대 40척 적용 HMM이 15일 판교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HD한국조선해양, 아비커스와 ‘AI 기반 자율운항 솔루션 도입 계약 및 기술협력 MOU’를 체결하고 40척 선단에 자율운항 솔루션을 적용하기로 했다.이번 협약식에는 최원혁 HMM 대표이사를 비롯해 김형관 HD한국조선해양 대표, 강재호·임도형 아비커스 대표 등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H...
  4. 산업부, K-수출스타 500 본격 시동…중소 수출 허리 키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6일부터 ‘K-수출스타 500’ 참여기업 모집을 시작하며, 수출 유망기업을 2030년까지 수출 1천만달러 이상 스타기업으로 키우는 대규모 육성 사업을 본격화했다.산업부는 우리 수출이 7천억달러를 돌파했지만 상위 1% 기업이 수출의 약 84%를 차지하는 구조적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중소 수출기업의 체질 강화를 ..
  5. 가스공사, 도시가스 요금 경감 대신신청 제도 `순항` 한국가스공사(사장 최연혜)는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지난해 7월 공공기관 최초로 시행한 `도시가스 요금 경감 대신신청` 제도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며 에너지 복지 모델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16일 밝혔다.이 제도는 복잡한 신청 절차나 정보 부족으로 요금 경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취약계층을 가스공사가 직접 발굴하...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